2020. 7. 28. 19:09ㆍ이권재의 오산 이야기
경칩도 지나서,
절기상으로는 봄이지만,
날씨는 쌀쌀하기만 합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25년전 이 무렵.
저는 목포에서의 직장생활을 접고,
오산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중소기업에 입사한지 몇 년만에 경영을 총괄할 정도로,
성공한 샐러리맨이었습니다.
첫 직장에서의 열정, 신혼의 달콤함에 빠져있을 때,
우유 지역대리점권을 받아 첫 사업을 시작하려던
매형이 교통사고를 당하시는 바람에,
오산으로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딸 아이를 낳은 지 20일 밖에 되지 않아,
몸조리도 제대로 못하고 이사하던 그날,
눈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지금도 눈이 많이 오는 날에는 오산으로 이사하던 날이 생각납니다.
이사한 단칸방은 부엌과 화장실이 붙어 있을 정도로 좁아서,
짐도 제대로 풀어놓지 못한채 다음날부터 우유배달에 나섰습니다.
새벽 일찍부터 아내와 함께, 아직 어린 두 아이를 뒷좌석에 태우고,
오산은 물론, 화성과 동탄 곳곳에 우유를 배달했습니다.
오후에는 한집한집 찾아다니며 고객을 개척했습니다.
텃새와 문전박대를 당하면서 서러움도 많이 느꼈습니다.
폐차하려고 했던 처남의 봉고차를 빌려서 아이들을 태우고,
저녁 9시에 출발해서 발안, 조안, 남양, 사강 등 화성시 전체 판매원들 집에 우유를 실어다 주고, 다시 아내와 함께, 일반 가정에 우유를 배달하고 집에 오면,
아침 7시가 돼야 일이 끝났습니다.
이렇게 오산에 둥지를 틀고, 12년간의 우유대리점 사업을 했습니다.
네 식구가 차안에서 쪽잠을 자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늘 함께 할 수 있는 가족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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